퇴사 후 삶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불안 사이
퇴사를 하면 제 인생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의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의 소모, 회의실 안에서의 억지웃음,
주말이 되어서야 겨우 나를 찾을 수 있던 삶에서 벗어나면,
좀 더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퇴사 후엔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겠지’라는 생각은
퇴사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퇴사를 하고 나서 3개월 동안 겪은 삶은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꽤 달랐습니다.
자유로움은 짧았고, 현실은 생각보다 빠르게 저를 흔들었습니다.
이 글은 퇴사 후 3개월간 직접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퇴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나, 퇴사 후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께
솔직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드리고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1. 퇴사 직후 첫 일주일 – 해방감과 비현실감
퇴사 첫날은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알람 없이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 상황이
너무 낯설고, 동시에 굉장히 자유롭게 느껴졌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출근 시간을 계산하던 습관이 사라졌고,
카카오톡 알림음에 긴장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첫 일주일은 그야말로 ‘해방의 시간’이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미뤄왔던 책을 읽거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 속에는 묘한 비현실감이 섞여 있었습니다.
정말 내가 회사를 그만둔 게 맞나?
지금 이 상황이 진짜 현실일까?
마치 길게 연장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당장 다음 주가 되면 출근해야 할 것 같은 착각도 들었습니다.
그 비현실감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더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뭐 해?"
"어디 다니는 회사는 있어?"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하기가 조심스러웠고,
스스로도 애매한 입장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2. 2주 차~4주 차 – 루틴 붕괴와 수입에 대한 불안감
퇴사 후 2주 차가 되자 제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기상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밤에 잠드는 시간은 새벽으로 밀렸습니다.
아무도 저를 통제하지 않으니, 제 삶은 무질서하게 흘러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푹 쉬는 게 좋지’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이래도 괜찮은 걸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돈’에 대한 감각이었습니다.
월급이 끊기자마자 소비에 대한 기준이 확 달라졌습니다.
커피 한 잔, 편의점 간식 하나에도 ‘이걸 정말 사도 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계좌에서 돈은 계속 빠져나가는데, 들어오는 수입은 없었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 이러다 아무것도 안 하고 끝나는 건 아닐까?’
‘뭔가 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블로그를 정리해 보기로 했고,
이런 글들을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사실 가장 힘들었던 건 ‘나태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다닐 땐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했던 나의 문제들이
시간이 많아지자 오히려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3. 2개월 차 – 자아 성찰과 자기 이해의 시간
퇴사 후 두 달째가 되자, 제 안에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퇴사 후 삶이 무계획처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저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비교당하지 않으며,
온전히 제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마음속 깊은 생각들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일들을 해봤습니다.
산책을 하며 자연을 보고, 독서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소소하게 요리도 하고, 블로그나 유튜브 콘텐츠도 기획해 봤습니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행복한가?’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시기엔 명상이나 저널링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퇴사 후엔 사람들과의 만남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자주 연락하던 회사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진짜 소중한 관계가 누구인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계의 밀도와 방향성에 대해 스스로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4. 3개월 차 – 새로운 루틴 정립과 현실적인 계획 수립
3개월 차가 되자, 조금씩 루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운동 시간 등을 스스로 정해 지키려고 노력했고,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오늘의 할 일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인생에서 ‘수익 모델’을 다시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없이도
내가 내 삶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프리랜서 플랫폼에 가입해 작은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또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키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애드센스를 신청하고, 수익화를 위한 콘텐츠 기획도 진행했습니다.
아직은 소액이지만, ‘내가 만든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험이
삶에 대한 동기를 다시 불러일으켜줬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재취업, 창업, 프리랜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했으며,
그 과정에서 내 성향과 역량에 맞는 선택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흘러가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의식적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작은 변화라도 기록하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퇴사 후 3개월, 저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진짜 시작입니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절, 저는 퇴사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요.
처음엔 자유로웠고, 그다음엔 불안했고,
그 불안 속에서 저는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퇴사 후 3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평생을 다시 정비할 수 있게 해 준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회사가 나를 규정하지 않듯, 직업 하나가 인생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 고민해 보고
하나하나 실행해 가는 그 과정이 결국 진짜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퇴사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두려움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두려움 안에는
변화의 가능성과 나다운 삶의 시작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퇴사 후 3개월, 저는 확실히 전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