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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주방 한 켠, 딱 1평에서 시작한 소자본 창업 이야기

엄마의 주방 한 켠, 딱 1평에서 시작한 소자본 창업 이야기

“장소도, 자본도 부족했지만… 결국 저는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은 ‘준비’보다 ‘실행’이 먼저였습니다

저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에서의 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하루하루가 똑같았습니다.
늘 퇴근 후에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맥주 한 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무의미한 루틴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쓰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이 꽂히고 나서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하나하나 정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언제나 머릿속 어딘가에 있던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자본', '공간', '아이템'이 떠올라 망설이게 되었죠.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엄마가 주방에서 반찬을 만들며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얘, 이거 한 번 먹어봐. 오늘 된장 무침 진짜 잘 됐다.”

엄마가 만든 된장무침 한 입에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습니다.
“엄마, 이거 팔면 되겠다.”

그 말 한마디가, 제 인생을 진짜 바꿔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왜 하필 ‘엄마의 주방’이었을까?

창업을 하려면 점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작은 공간이라도 임대해야 된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창업은 시작조차 못합니다. 임대료, 인테리어, 관리비… 머리 아픈 계산만 늘어나고 현실감은 점점 멀어집니다.

그런데 엄마의 주방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매일 음식을 만들고 정리하는 공간, 조리기구도 다 있고, 필요한 재료도 늘 들어오는 공간.
그 공간을 제가 **‘시간을 나눠서 사용’**하기로 한다면, 별도의 장소가 필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부탁드렸습니다.
“엄마, 저녁 9시 이후 1시간만 주방 빌리면 안 될까?”

처음엔 당연히 반대하셨습니다. 주방은 집에서 가장 민감한 공간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진지하게 계획을 설명드리고, 절대 음식 만들고 난 다음에만 정리하며 쓸 것, 재료 낭비 안 할 것, 불 없이 가능한 작업만 할 것 등의 조건을 드리니 결국 허락해주셨습니다.

창업 아이템 – 엄마의 손맛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 엄마는 ‘손맛’이 좋은 분입니다. 젓가락질로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제가 말하기 민망하지만, 정말 된장무침, 간장조림, 고추장 무침 같은 기본 반찬을 기가 막히게 잘하세요.

그래서 처음엔 ‘반찬 판매’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찬을 판매하려면 식품위생법, 제조허가, 영업 신고 등 법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장 그 절차를 밟기는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이템을 바꿨습니다.
“반찬이 아닌 ‘조미소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선정한 아이템은 아래 2가지였습니다:

  1. 마늘 진간장 소스 – 밥 비벼 먹기 좋고, 계란찜이나 간단한 조림에도 활용 가능
  2. 약고추장 소스 – 고추장에 다진 쇠고기, 양파, 올리고당, 참기름을 넣어 부드럽고 감칠맛 나게 만든 ‘비빔장’

제품 개발과 테스트 –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주말마다 레시피를 조절해 가며 샘플을 만들고, 시식 후 평가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간이 너무 강한가? 보관은 며칠까지 가능할까? 냉장 배송이 필요한가?

가장 먼저 한 건, 지인들 대상 무료 나눔이었습니다.
텀블러 크기의 유리병에 담아 지인 10명에게 나눠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죠.

반응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 “비빔장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한 공기 더 먹었어요.”
  • “진간장은 샐러드에도 잘 어울리네요!”
  • “판매하시면 꼭 알려주세요!”

그 말들을 듣고 나니 책임감과 설렘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창업 준비 – 100만 원도 들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창업엔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시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기준을 세우면 훨씬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제가 사용한 비용

항목금액
유리병(100ml) 30개 18,000원
스티커 라벨 디자인 및 인쇄 9,000원
소스 재료비 (첫 3회차분) 25,000원
택배용 포장 박스, 에어캡 10,000원
미니 촬영조명 + 휴대폰 삼각대 12,000원
총합계 74,000원
 

병과 라벨은 깔끔하고 심플하게 준비했고, 라벨엔 재료 성분과 ‘보관방법’, ‘제조일자’만 간단히 표시했습니다.
법적 판매가 아닌 소규모 체험단 수준의 거래였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진행했죠.

판매 방식 – SNS + 블로그, 그리고 입소문

제품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나씩 업로드했습니다.
사진은 무조건 ‘자연광’이나 조명으로 감성 있게. 그리고 진짜 엄마 손이 담긴 장면을 활용했어요. 젊은 사람 손보다 더 ‘진정성’ 있어 보이더라고요.

판매는 DM으로만 진행했습니다.
단가는 개당 3,500원, 2개 구매 시 무료배송. (배송비는 편의점 택배 기준 2,500원)

처음 2주간은 판매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엄마의 주방에서 창업을 시작했다”는 후기형 글을 올리자마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검색 유입으로 들어온 분이 실제 구매로 이어졌고, 구매 후 후기를 자신의 인스타에 올려주셨습니다. 그 후론 팔로워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2개월 후 – 작지만 선명한 변화들

  • 총 판매량: 약 110병
  • 총매출: 약 38만 5천 원
  • 순이익: 약 14만 원
  • 블로그 유입 증가 → 애드센스 승인
  • 내 브랜드에 대한 첫 고객 후기 확보

금전적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저에겐 몇 년간 출근하면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내가 만든 무언가가 팔리는 경험’**이 정말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도 어느 순간부터 웃으면서 도와주셨습니다.
“야, 그거 오늘은 참기름 더 넣는 게 좋겠다.”
“고객님들한테 인사말 같은 거라도 넣어야 하는 거 아냐?”

이 작은 주방 창업은, 가족 관계까지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습니다.

마무리 – 1평에서도 창업은 가능합니다

창업은 반드시 큰돈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공간, 가장 소중한 손맛, 가장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오히려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엄마의 주방 1평에서 시작한 저의 창업은,
지금도 제 인생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